정치경제학- 자본주의의 일반적 원리- 상품과 화폐(5)
화폐
일반적 등가물로서 화폐의 본질은, 상품교환에서 상품생산자들 간에 발생하는 관계를 매개하는 화폐의 기능 속에서 드러난다.
1. 가치척도
화폐로 표현된 상품의 가치가 상품가격이다. 모든 상품은 금과의 동등화는, 상품들의 가치를 질적으로 동등화시키며 상품들의 직접적인 양적 비교를 가능하게 한다.
화폐 자체는 어떠한 가격도 가지고 있지 않다. 즉, 화폐는 자신의 가치를 자기 자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사용가치를 통해 표현할 수 있다.
만약 금이 화폐형태를 취한다면, 금의 가치는 다른 상품의 사용가치로 표현된다. 금은 매우 다양한 상품과 교환되기에, 금의 상대적 가치는 무한히 많은 표현을 가진다.
금의 가치도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그것의 생산을 위해 지출된 노동에 의해 결정되고 금 채굴을 위해 필요한 노동량은 변동하므로 금의 가치는 불변적인 크기일 수 없고 따라서 어떠한 불변적 가치척도도 존재할 수 없다.
상품 가격과 화폐 가치
상품 가격은 상품의 고유한 가치와 금의 가치의 변동에 따라 변동한다. 화폐의 가치척도 기능의 주요한 특수성은 관념적 화폐로서 이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금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품가치는 화폐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상품가격은 현실의 화폐재료(예컨데 금)의 가치에 직접 의존한다.
가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화폐와의 교환관계 속에서 교환 조건에 따라 가격과 가치의 불일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가치와 가격의 일치는 실로 이례적인 것이며 가치를 중심으로 상품가격은 수요-공급의 변동에 따라 진동한다. 이러한 가격 운동은 자연발생적, 무정부적으로 발전하는 상품생산에서 불가피하다.
가격의 도량기준
화폐의 가치척도 기능으로부터, 다양한 상품 가격을 측정하기 위한 기초로서 역할하는, 특정한 화폐 단위를 고정시켜야 할 필요성이 발생한다. 이러한 화폐 단위는 일반적 등가물로 기능하는 금속의 일정한 중량으로 표현된다.
가격의 도량기준은 법에 의해 확정되고 변화하지만, 금 속에 표현된 실재 가격은 국가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작용하는 가치법칙에 의해 규정된다.
가치척도로서 화폐는 추상적 사회적 노동을 체현하며, 가격의 도량기준으로서 화폐는 고정된 금속이다. 가치척도로서 화폐는 일정한 금량으로 모든 상품의 가치를 표현한다. 가격의 도량기준으로서 화폐는 이러한 금량을 계량한다. 따라서 우리는 가치척도와 가격의 도량기준을 구분해야 한다.
2. 유통수단
직접적 상품교환과 상품유통
원래 상품교환은 W-W라는 정식대로 상품 대 상품의 직접적 교환의 형태를 가졌었다. 화폐의 출현과 더불어 교환의 형태가 바뀌었다. 이제는 생산자가 우선 상품을 팔아 화폐로 바꾸고, 그 후에 그 화폐로 그가 필요로 하는 상품을 사기 때문에, 교환과정은 W-G-W라는 정식대로 수행된다. 여기에서 화폐는 교환의 매개자 역할을 한다. 상품교환은 상품유통의 형태를 띠고, 화폐는 유통수단의 기능을 수행한다.
직접적 상품교환과 상품유통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직접적 교환에서 각 상품소유자는 동시에 판매자이자 구매자이다. 여기에서 구매와 판매는 동시에 일어난다. 반면, 상품유통에선 구매와 판매가 서로 분리되고 구매와 판매가 더 이상 시간적 공간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품유통의 교환형태에서 상품생산자는 어떤 시장에선 판매할 수 있고 다른 시장에선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과 구매의 분리로 판매자가 구매를 안 할수도, 구매자가 판매를 안 할 수도 있다. 여기서 과잉생산의 가능성이 발생한다.
자신의 가치를 실현한 후에 유통영역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상품과는 달리, 화폐는 거기에 남아있으며 상품교환을 매개한다. 상품운동이 일차적이고 규정적인 것이라면, 화폐운동은 상품운동에서 파생되며, 상품운동에 의존한다.
유통수단의 기능이 화폐표장으로 이전될 가능성
금은 유통수단의 기능을 무게에 따라 인정되는 금괴의 형태로 수행했다. 금을 교환할 때마다 무게를 제지 않아도 되게 하기 위해, 처음에는 상인이, 나중에는 국가가 작은 금괴에 표준형태를 부여했고 그것을 주화로 만들었다. 주화 유통은, 금괴가 무게에 따라 인정되는 반면, 주화는 액면 가치에 따라 인정된다. 유통과정에서 금 주화는 점점 마모되어 무게가 작아져 더 이상 완전한 가치의 주화가 아니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되어도 금 주화의 구매력은 변화가 없다. 화폐유통 자체는 따라서 명목적 내용과 실제적 내용을 분리시킨다.
금과 은의 유통에서 가치 이하의 주화가 완전한 가치의 화폐를 대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실제 화폐(금과 은)의 대용물로써 지폐가 발행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등장했다.
지폐는 전혀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무시해도 될 수준의 매우 경미한 종이의 가치를 도외시한다면) 그러나 종이로 된 1 루블은 금으로 된 1 루블과 같은 구매력을 갖고 같이 유통된다.
화폐상품이 화폐표장, 즉 가치상징(가치 이하의 주화나 지폐)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가능성은, 유통수단으로써의 화폐기능의 성격으로부터 나타난다. 이러한 기능 속에서 화폐는 단지 상품교환의 일시적 매개자로서 나타난다.
대립물의 통일로서 가치척도와 유통수단
가치척도와 유통수단으로써 화폐는 불가분의 통일을 이룬다. 한 기능은 다른 기능을 전제한다. 화폐가 실제적 교환수단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면 가치척도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고 그 역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한편 가치척도와 유통수단이라는 기능의 통일 속에서 그 모순이 분명히 나타난다. 첫째로 가치척도로서의 화폐는 관념적 계산화폐인 반면, 유통수단으로서의 화폐는 상품생산자들이 상호 지불하는 현실적 화폐이다. 둘째로 가치척도 기능은 항상 화폐 상품(금)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는 반면, 유통수단의 기능에서는 현실적 화폐(금)가 어떠한 고유한 가치도 갖지 않는 화폐표장, 즉 가치 상징에 의해 대표될 수 있다.
그러나 화폐의 모든 기능형태의 배후에는 실제의 상품내용이 있다. 즉 첫째로, 화폐의 가치에 대한 인간들의 관념적 표상에는 화폐 재료(금)의 현실적 생산조건이 근거되어 있으며, 화폐의 가치는 금의 가치변동에 따라 변한다. 둘째로, 명목적 가치표장은 단지, 유통수단의 기능 속에서 금을 대표하고 그것의 명목적 가치가 유통에 필요한 금의 가치에 의존하기 때문에, 유통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따라서 상품의 일반적 등가물로서싀 화폐의 본질은 이 두 가지의 기능 속에서 상이한 방식으로만 나타나게 된다.
3. 화폐축장(축적수단)
한 상품생산자가 그의 상품을 판매하고 받은 돈으로 어떤 물건을 사지 않는다면, 화폐는 유통영역으로부터 빠져나와 축장되게 된다. 이 축장기능은 실재적 화폐인 실재의 금에 의해 수행된다. 실제에서 상품생산자들은 금뿐만이 아니라 금속 또는 종이로 된 화폐표장을 저장하는데, 이러한 축장형태의 허구성은, 화폐표장이 금에 의해 감가될 때 명백히 들어난다. 참된 축장의 기능은 오직 금만이 수행할 수 있다.
생산 및 상품유통이 팽창하면 축장형태로 존재하는 화폐의 일부가 시장으로 다시 유입되고 유통수단의 기능을 수행하기 시작한다. 반대로 상품생산과 유통이 줄어들면, 유통영역에서의 화폐 잉여분은 축장화폐로 전화된다. 따라서 완전한 가치의 금속화폐의 유통에서는 항상 상품가격의 실현에 필요한 만큼의 화폐가 시장에 있기 마련이지만, 금으로 교환될 수 없는 지폐의 유통에서는 축장이 유통 속에 존재하는 화폐량의 자발적인 조정자가 절대 아니다.
4. 지불 수단
상품유통의 발전과 더불어 일상적인 구매 및 판매 행위와 나란히 상품거래의 한 특수한 형태가 발생한다. 사전 상품판매가 없는 구매가 그것이다.
상품에 대한 지불이 연기된다면, 자신의 상품을 사전에 판매하지 않고서도 따라서 화폐를 소유하지 않고서도, 상품생산자는 그때그때 필요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리하여 신용에 기반한 상품관계가 발생한다. 이러한 거래에서 한 상품생산자는 채권자, 다른 한 상품생산자는 채무자가 된다.
채무자가 상품을 수취할 때, 그는 채권자에게 일종의 채무증서를 준다. 그 채무증서에 따라 신용으로 수취한 상품의 가치를 특정 기간 내에 지불할 의무를 진다. 이 기간이 다 되면,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수취한 상품의 가치를 화폐로 지불사고 그로부터 채무증서를 되돌려받는다. 여기에서 화폐는 지불수단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거래에서 상품의 사용가치와 가치의 분리가 분명히 드러난다.
신용화폐
화폐의 지불수단 기능과 관련하여 소위 신용화폐가 발생, 발전한다. 상품을 신용으로 판매하고 구매자로부터 채무증서(어음)을 받은 상품생산자는, 그 어음으로 그가 제3의 상품생산자로부터 구입하는 상품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 더 많은 각서를 기입할수록 어음은 더 신용할 수 있고 유통될 수 있으므로 신용수단으로서 어음은 신용을 통해 발생하는 화폐형태인 신용화폐나 상업화폐의 형태를 취한다.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 기능에 의한 공황 가능성의 발전
상품생산의 전개와 더불어 상품생산자들간의 신용관계가 확대되고 강화된다. 각 상품생산자는 채무 증서의 체계를 통해 다양한 다른 상품생산자들과 결합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슬의 한 고리에서 채무가 제때에 변제되지 않으면, 채무 증서의 무더기 불지불, 즉 파산이 결과된다.
신용관계로부터 발생되는 이 공황의 가능성이 현실이 되려면, 그것은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수많은 조건들을 필요로 한다.
5. 세계화폐
국민적 한계를 넘어선 상품생산의 발전과 상품교환의 확대는, 화폐의 새로운 기능의 발생을 위한 물질적 전제였다. 맑스의 말을 빌리자면, 세계시장에서 화폐는 그것의 국민적 의상을 벗고 오로지 귀금속의 금괴형태로 환원된다.
세계시장 유통에서 화폐는 무엇보다도 일반적인 지불 및 구매 수단으로 기능한다. 그밖에 화폐는 세계시장에서 부의 사회적 물질화로서 기능하는데, 부가 일반적 등가물, 즉 금의 형태로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나라는 국제 결제를 위해 일정한 금 저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금 축장은 세계화폐의 준비금이다. 금 축장은 축장이 국내유통의 자연발생적 조절자가 되지 못하는 지폐유통에서도 준비금 역할을 한다.
6. 화폐유통의 법칙
완전한 가치의 주화만이 베타적으로 기능할 경우에 유통 속에 존재하는 화폐량을 규제하는 법칙을 살펴보자.
유통에 필요한 화폐량은 무엇보다도 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품의 가격 총액에 의존한다. 가격 총액이 커질수록, 화폐는 (그 이외의 조건이 동일한 경우에) 더 많이 필요하며, 그 역 또한 성립한다. 유통 속에 존재하는 화폐량에 영향을 미치는 두번째로 중요한 요소는, 화폐의 유통속도이다. 주화가 더 빨리 유통될수록, 동일한 주화가 유통과정속에서 더 많은 상품거래를 매개할 수 있다. 그 밖에 유통속에 존재하는 화폐량은 신용의 크기에 의존한다. 신용에 의한 상품 판매의 경우에 판매 당시에는 현금이 필요하지 않지만, 상품생산자들간에는 언제나 이전에 완료된 신용 거래에서 기인하는 결제가 발생하는데, 이 경우에는 일정한 화폐량을 필요로 한다. 끝으로 다양한 채무 증서들은 현금 없이 상호 결제로 변제된다.
위 요소들에 의존해, 유통에 필요한 화폐량을 지배하는 법칙은 다음과 같은 정식으로 표현된다.
일정 기간 내의 유통에 필요한 화폐 총액 =
(실현되어야 할 상품가격 총액 + 만기지불 총액 -상호결제되는 지불총액) ÷ 화폐유통속도
위 요소들이 모두 일정하다면, 유통되는 화폐의 총액은 그것의 고유한 가치에 의존한다. (금의 가치가 변동하기 때문)
지폐유통의 법칙
유통에 필요한 금화만큼의 지폐가 유통에 투여된다면, 지폐는 금화와 똑같이 기능하고 동일한 구매력을 갖는다. 그러나 필요한 금화보다 더 많은 지폐가 투입되면, 지폐는 어떠한 내적 가치도 없으므로 축장될 수 없고 따라서 유통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발행될 때에도 지폐는 여전히 유통과정 속에 남아 있게 된다. 금 주화에 대한 유통량이 일정할 경우, 지폐의 가치는 오로지 지폐의 양에 의존한다.
국가가 유통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지폐를 유통에 투여함으로써 지폐의 가치는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며 지폐 가치의 하락은 상품생산자의 동요를 일으키고, 경제상황의 불안정성을 야기한다.